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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천]아름다울수록 처연한 슬픔. 영화 하나레이 베이(ハナレイ・ベイ) yes 24 시사회 : 개봉시기가 아쉽다. 슬픔을 미뤄둔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은영화. 매우 스포 있음 본문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

[영화 추천]아름다울수록 처연한 슬픔. 영화 하나레이 베이(ハナレイ・ベイ) yes 24 시사회 : 개봉시기가 아쉽다. 슬픔을 미뤄둔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은영화. 매우 스포 있음

예술가S 2019. 6. 5. 18:29

어서오세요:)  아티스트 에스입니다. 

 

 

Yse24에서 당첨돼서 갔던  시사회. 나름 이런 시사회가 잘되는 편인데도 되면 매번 기분이 좋다. 시사회는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했음.

부채도 주셨는데 시원해 보이는 투명한 색상이 영화 이미지와 잘 맞는 거 같았다.

사실 시사회가 안되었어도 이 영화를 봤을 거 같은 이유는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이라는점. (동경 기담집에 나온 이야기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해서 그의 메인급 작품은 거의 다 몇 번이나 읽었는데... 하필 동경 기담집은 읽어보지 못했기때문...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프로듀서가 오가와 신지라는 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프로듀서 한 사람이라니까... 두 사람이 만났다는 점에서라도 봐야 했던 영화였던 것. 

영화의 시작은 젊은 남자가 해변에 서핑을 하러 가는 장면. 서핑을 하러 가는 등 뒤로  따라가는 화면. 나를 포함한 관객은 불안감을 느낀다기보다는 젊음의 자유.  하와이의  바다를 화면 속의 인물과 같이 느껴가며 부담 없이 와 시원하겠다는 생각을 연발하며 보게된디. 계속 나오는 노래는 이기 팝의 The passenger라는 노래였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는 그의 노래와 음식 취향이  기술될 때가 많다. 하지만 기담집 속에 언급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얼른 읽어봐야지) 

이후 글은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호흡이 긴 영화. 초반의 지루함만 견딜 수 있다면 너무 좋은 영화가 될 수도 있어요.

멋진 자연경관을 보며 살아가는 것에 위로를 받고 싶은 분은 한번 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Singin' la-la-la-la-la-la-la-la

La-la-la-la-la-la-la-la

La-la-la-la-la-la-la-la, la-la

라라라 노래를 부르면서

 

Get into the car

We'll be the passenger

We'll ride through the city tonight

See the city's ripped backsides

We'll see the bright and hollow sky

We'll see the stars that shine so bright

The sky was made for us tonight

차에 올라타

우리는 승객이 되고

오늘 밤 도시를 지나 달릴 거야

취한 도시의 뒤편을 볼 거야

밝고 공허한 하늘을 볼 거야

저렇게 밝게 빛나는 별들을 바라볼 거야

오늘 밤 저 하늘은 우리를 위해 있어.

 -iggy pop- The passenger 중

 

중독적인 멜로디와 거친 목소리 서핑하는 청년 (사치의 죽은 아들: 타카시 역/사노 레오)과 너무 잘 어울리는 노래가 끝나고  그다음은 시체 보관소에 서있는  사치(엄마: 사치 역 /요시다요)라는 이름의   여성이 나온다. 사치는 천에 덮여있는 시체를 내려다 보고 시체보관소의 직원이 아들이 맞는지 확인해달라며 걷은 천에 죽은 아들을 마주한다. 사인은 상어에 의한 습격. 오른쪽 다리가 잘린 채였다. 아들은 바로 첫 장면에 서핑을 즐기던 젊은 남자였다.  사치는 이상하게도 슬픈 기색이 별로 없다. 남의 일인 듯 대하는 사치가 오히려 슬픔을 숙제처럼 미뤄두는 느낌 혹은 터진 둑을 온몸으로 막으려는듯한 느낌이었다. 

초반에 외국인 하와이 주민인듯한 분들이 많이 나오는데... 연기가 너무나 발연기... 그것 때문에 몰입이 잘 안되었다. 게다가 그 어색함에 대사도 한몫한 거 같다. 사치에게 섬을 미워하지 말라느니 강요하는 그들이 나는 오히려 어색하고 무례하게 느껴졌다... 섬에서 방금 아들 죽은 사람한테 섬 미워하지 말라니 돌아버린 겁니까?  좀나중에 그런말을 해도 되는거 아닌가? 심지어 저 말 한 남자보안관과 핸드프린팅 빌런은 부부다. (Feat.핸드 프린팅 빌런... 하지만 나중에 죽어버리는 보안관 아저씨니까 너무 미워하지 말자.)

그저 바다앞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거나 책을 읽는 사치.

아들의 장례를 치르고 사치는 매년 그 하나레이 베이를 방문하는데 바다에 들어가서 수영 즐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곳을 탐험하는 것도 아닌 그저 아들이 죽은 해변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책을 읽는다. 여기부터 나는 살짝 불안했다... 사실 일본 영화의 대부분? 이 주인공의 이상한 기행. 특이한 행동의 반복으로 인해 주변에 더 특이한 사람이 나타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게 태반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영화에서는 사치의 하와이에서의 생활이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보여준다. 사치는 아들을 데려간 바다에게 화가 난 듯 혹은 그 바다가 도대체 그녀의 아들에게 무슨 의미였길래 하는 얼굴로 바다와 마주 보고 있는데  그 감정이 이해가 갔다. 갑작스러운 죽음은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납득할 때까지 받아들일 수 없는 것 일거 같다.  십 년이라는 기간 동안 사치는 그 바다와 대립하며 싸운 것이다. 하지만 10년동안 하나레이베이에 앉아서 바다를 쳐다보지만 아들이 왜 그토록 그바다를  좋아했는지 사치는 알 수가 없었다. 

사치가 바보들이라고 불렀던 일본인 서퍼들. 연기가 좀 어색했다.

그러다 사치는 우연히 자기 아들 또래의 일본인 서퍼들을 만나게 되고 (아들과 비슷한 일본인 서퍼 : 타카하시 역 /무라카미 니지로) 그들에게서 자신의 아들의 모습을 본다. 사치는 깊게 관여를 하지 않지만 그들이 난처할 때 도와주곤 하는데 난 또 여기서 불안했다. 이야기가 너무 뻔한 쪽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닐까 하고. 사치가 또 뭐 그들을 보면서 치유하고 그러면 안되는데... 하지만 내 예상과 다르게 일본인 서퍼들은 생각보다 빨리 일본으로 떠나게 되고... (사실 빨리 떠나는 편이 좋았다 연기 너무 돋았음. 잔망스러운 척... 세상 개구쟁이지만 의리 있는 척. ) 떠나며 사치에게 아줌마 혹시 일본인 외발 서퍼 알아요? 아줌마 책 읽고 있는 곳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있던데   빨간 보드를 들고...라는 말을 남기는데

앉아서 바다만 쳐다보던 사치는 그다음부터 외발 서퍼를 찾아다닌다.  그 인상착의나 없다는 발의 위치가 죽은 자신의 아들과 일치했던 것... 사치는 하루 종일 땡볕의 해변을 돌며 외발 서퍼를 찾아다니지만 당연하게도 없다.  며칠 동안 아들을 찾아다니다가 영화에서 처음으로 오열하는 사치에 나도 눈물을 글썽했다... 거대한 자연, 거스를 수 없는 죽음, 이제는 미룰 수 없는 슬픔 같은 게 가슴에 쿵하고 느껴졌다. 오열하다 처음으로 바다에 들어가 보는 사치. 그녀는 영화 내내 한 번도 바다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 바다 밖에서 관망만 하던 사치는 슬픔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치이고 오열하며 바다에 들어간 사치는 처음으로 그녀가 그녀 스스로의 슬픔을 받아들인 모습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녀가 오열하는 동안 그 뒤에 사치의 아들(!)이라 추정되는  얼굴이 살짝 비추어지고 되고(역시 기담집..) 사치가 다시 모래사장 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영화는 끝이 난다. 그녀는 아들을 본 것일까?

사치는 아들의 망령을 본것일까...아니면 이제는 받아들일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본것일까?

 

천문학자들은 일반인보다 자살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거대한 우주 속의 자신의 존재가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라고들 하는데 사치의 슬픔과 번갈아 비추어지는 거대한 하와이의 자연경관이 슬픔을 멀리서 관망하게 만든다.

 

영화의 서핑하는 장면이나 자연은 정말 공들여 찍은 티가 난다. 너무 시원해 보이는데 비해 초반의 외국인들의 발연기와 조금의 지루함만 견딘다면 위로받을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같이 본 친구는 호흡이 너무 길어서 별로였다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그래서 소설의 느낌과 더 맞지 않나 싶다. 무라카미는 확실히 호흡이 빠르게 전개하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도쿄 기담집을 읽어서 내용을 정리해 보아야겠다. 원래 원작 소설인 영화는 대개 실망하기 마련인데 잘 만든 영화에 속하는 거 같아서 Yes24 측에 감사하다.

다만 영화 기생충이 나온 시기라 개봉 시기가 좀 아쉽네...

기생충은... 가족끼리 못보지만 하나레이베이는 보면서 생각할 거리가 좀 있으니까 가족끼리 보시거나 정서상으로 따뜻한 영화 보시고 싶으신 분은 하나레이 베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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