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하지 않은 일상과 예술에대해서

[미술전시] 국립 현대 미술관 서울(MMCA): 불온한 데이터 전시 관람 본문

ART 아트/전시,미술 역사, 아티스트

[미술전시] 국립 현대 미술관 서울(MMCA): 불온한 데이터 전시 관람

예술가S 2019. 5. 28. 04:08

마지막 수요일은 무료관람일이어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던 국립 현대 미술관 서울관*모든 전시 내용을 담기보다는 제가 인상깊었던 작업 위주이며, 제가 본 것을 기록하는 블로그 이기에 아주 개인적인 소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불편하시거나 보기 싫다 하시는 분들은 스킵해주세요 죄송합니다.

매표소 입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불온한 데이터 안내 책자. 늘 전시 컨셉에 맞는 이미지로 잘 만드는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미술관 관람이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특히나  우선 전시를 세심하게 보신후에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시고 안내책자를  보시는 것이 좀 더 예술품을 보는 눈을 빠르게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예술에는 답이 없으니까요.  너무 어려워서 이해하기 힘들어 하시는 분들도 이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예술 평론가들도 발견하기 힘든 비판적 관점을 가지게 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입구에 픽셀로 만든듯한 텍스트가 맘에 들었다.

불온한 데이터 전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데이터를 소비하는 주체와 그 데이터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전시였는데요. 제가 인상 깊게 보았던 작업 위주로 작성합니다.

자크블라스 <얼굴 무기화 세트>/ Zach Blas Facial Weaponization Suite

자크 블라스의 <얼굴 무기화 세트> 작업을 보고 처음엔 흔한 소재일수도 있는 현대인의 디지털에 가려진 익명성,
인터넷으로 인해 쉽게 감추거나 변할 수있는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인가? 하는 추측을 했었는데 훨씬 더 구체적이고 치밀한 작업이었습니다. <얼굴 무기화 세트>라는 작업은 안면인식이라는 기술의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자신이 살고 있는 미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얼굴 데이터를 수집했고 그 얼굴 데이터로 집단 가면을 만들었는데요. 이러한 가면으로 동성애자의 안면인식을 모아 *성적 지향을 결정짓는 과학연구에 *(아래 설명) 정면대응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의 얼굴을 모아 만든 가면으로 차별받을 수 있는 인종, 페미니즘 민족주의에 대항하는 것인데 저는 어떠한 것을 대표하지도 않지만 전체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웠고 사회운동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작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떠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그것에 의해 분류되고 차별받을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요. 그저 사람의 얼굴들을 모아 놓은 것이지만 전 그로테스크 적인 가면의 모습으로 혼란스러운 현대인의 모습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2017년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에서는 흥미로운 논문이 하나 발표되었습니다. 바로 딥러닝을 활용하여 이성애자인 여성/남성과 동성애자인 여성/남성을 구분하는 일이었죠. 물론, 연구에는 수많은 결함이 존재했고, 많은 연구자로부터 방법론적으로,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연구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이 연구가 감시의 시대에 우리가 맞이하게 될 위험을 알리는 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크리스 쉔 <위상공간360>/ Chris Shen Phase Space 360

같은 공간의 또 다른 전시는 크리스 쉔의 <위상 공간 360> 이었습니다. 수많은 공이 자동으로 움직이며 화면에 선이 표시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설치 작업을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음에도 시각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움직이는 모양이 꼭 로봇 청소기 같아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로봇청소기를 응용한 작업이 맞았어요. 같은 전시실에 로봇청소기를 이용한 차오 페이의 <룸바 01&02>도 보실 수 있어요 한번 참고해보세요. 우주 원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탓인지 전 차오 페이의 작업이 더 와 닿았지만 비주얼적으로  작품의 크기와 소리가 전시장에서 압도적으로 울리고 있어서 크리스 쉔의 작업을 기록해 봅니다. 공은 계속 움직이며 궤도를 기록하는데 제목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우주의 법칙 같은 우리가 평생 전부 알 수 없는 우주적인 법칙 대하여 표현한 것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었는데 (혹은 완전한 진리의 규칙성에대해 표현한 것이 아닐까) 작가는 로봇청소 공을 우주공간에 무리 지어 나타나며 탄생과 소멸을 거듭하는 입자에 대해 설명하는 데 사용했고 이것은 카를로 로벨리의 [모든 순간의 물리학]을 인용한 것이라 합니다. 현대로 오면서 미술작업에 과학이 더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업이 그러한 예로 적절하겠지요. 이 입자는(공) 우주의 문자처럼 무수히 다양한 조합을 이루며 은하의 역사까지 설명한다고 하는데 화면에 나타나는 공의 궤적이 은하의 역사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전시장 내의 서로 부딪치며 나는 공의 소리도 저는 ASMR처럼 좋았는데 그런 소소한 충돌 때문인지 몇몇 공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전시 최적의 상태가 아니라는 점은 아쉬웠던 부분이네요.

레이첼 아라 <나의 값어치는 이정도 (자가 평가 예술작품):한국버전>/ Rachel Ara This Much I'm Worth (The self-evaluating Artwork):Korean Version

네온사인을 이용한 작업도 요새 많은 편인데 레이철 아라의 <나의 값어치는 이 정도(자가평가 예술작품):한국 버전>은 개인의 가치로 사회까지 내다본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작업은 '엔도서'라는 '데이터 마이닝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자신의 가치를 숫자로 환산하여 보여주는 것인데 작품에 설치된 웹카메라로 집계한 관람객과 SNS 작품 거래 사이트 종합주가지수인 FTSE 100에 작가와 작품명이 언급된 횟수를 실시간으로 반영하여 작품값이 네온으로 나타내는 흥미로운 작업이었습니다. 이 작업으로서 실제 자신의 작업과 자신의 가치의 연관성에 의문을 제시하는 것인데요. 현대의 예술이라는 것과 자신의 가치가 데이터나 주가 그리고 SNS라는 어떠한 외부적인 것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에 대해 작가는 비판하고 있는 거 같네요. 영국과 한국의 환율이 달라서 작업물에 뒷 네 자리를 더 추가했다는 것에 한국에서 전시를 보는 묘미를 느낄 수 있었네요. 

제가 이 페이지에 담지 않은 슈퍼플렉스 <홍해의 그린 아일랜드> /Superflex The Green Island the Red Sea: 코펜하겐 남부 지방자치도시 발렌스 베크에서 일어난 로봇 시민 이야기  로봇을 시민에 통합시키기 위한 진보적 캠페인을 담은 영상.하름 판 덴 도르펠 <내포된 교환>/ Harm van den Dorpel Nested Exchange  :내포 구조에 주목하여 아티스트가 사전에 결정한 두 가지 정보를 교환하는 과정을 이미지화하여 스냅숏처럼 제작한 작업.김실비 <금융-신용-영성 삼신도> Sylbee Kim Trinity: Finance-Credo-Spirituality :세계의 다양한 종교적 도안을 합성하여 만든 벽화로 덮은 성소 안에 싱글 채널 영상과 조각 3점으로 구성된 영상작업 등 흥미로운 작업도 많으니까 시간 되시는 분은 가서 직접 관람해보시면 유익한 시간이 되실 거 같습니다.  주말에 인사동 근처 가서 뭐 하지 하시는 분들도 참고해주세요.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니다.

- 전 시 명: (국문) 《불온한 데이터》

(영문) 《Vertiginous Data》

- 전시기간: 2019. 3. 23.(토) ~ 7. 28.(일)

-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3,4 전시실

- 주 최: 국립현대미술관

- 관 람 료: 4,000원 (MMCA서울 통합권)

 

 

Comments